나눔마당자유게시판
피정 후기
이 마리안나   2013-05-20 3435

2013년 5월 11일(토) ~ 5월 19일(일)

 

 

피정길에 올랐다. 성 마리아 은둔소, 침묵과 기도의 터...

 

피정길에 오르는 준비를 하는 과정에 처음에 오기도 전부터 분명 좋은 곳이긴 한데

 

내 마음속엔 거부감과 무서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머니께 다음에 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꼭 가야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꼭 꼭 가야한다는 말씀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음을 알았다. 11일, 약간 설레는 마음과 함께

 

은둔소에 도착했다. 수녀님의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반겨 주셨다.

 

성당을 오르는 길에 여기저기 산새소리와 풀냄새, 여기저기 꽃들과 가끔 탁 펼쳐지는 산의 경치가

 

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성당에 들어서는 엄숙하고 성스러움에 감탄하며

 

마치 내가 주님 품 안에 있는 듯한 미사를 드렸다. 나를 온통 감싸 안고 계신 듯 했다.

 

 

 

신부님과 수녀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입소 첫날부터 묵상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면서

 

말씀을 읽고, 묵상을 통해 느낌을 메모하면서

 

처음엔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묵상의 시간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그런데 삼일째가 되면서 왠지 갑갑한 느낌이 들었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더 들었다.

 

다시 예전에 집에서 생활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에 난, 힘든 가운데, 그 중에 결혼 생활에 많은 고충을 겪었었다.

 

아이들과도 이별하게 되었고, 혼자서 10년 정도 아이들과 가정을 떠나서 살았었다.

 

혼자 살다보니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모든 것이 허무하게 무너진 시간들이었고 한탄스러웠다.

 

이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다보니 사회생활도, 대인관계도 잘 되지 않았고

 

나조차 감당하기도 버거웠다. 그러다 속상하면 술을 마셨다.

 

처으엔 조금 마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술이 나의 친구가 되고 나의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그런 습관들이 나의 생활이 되었고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구나 자각했을 때 쯤에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무력한 한계를 느꼈다.

 

그 와중에서 난 성모님께 묵주기도 5단을 바치면서 나를 이끌어주시기를 청하였다.

 

성모님께서는 드디어 들어주셨다.

 

성모성월에, 그것도 성 마리아 은둔소를 오게 될 줄이야...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도 삼일만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신부님께서 내 안에 사탄이 있다고 말씀하였다.

 

처음에는 마음과 달리 마음이 다시 굳어지고 탈출하고픈 마음만 간절했다.

 

내 안에 핑계를 대고 있었다.

 

신부님께서 이 단계를 이겨내야 한다고 하셨고, 난 다시 주님께 내려놓고 기도했다.

 

나의 답답한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그리고 8일이 흘렀다.

 

은둔소에서 난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고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고 뿌듯하다. 주님이 내 안에 계셔서 힘이 생긴다.

 

열심히 기도하시는 신부님과 수녀님들, 수사님들 모습을 보면서

 

하나같이 수수한 모습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서 보낸 성모의 밤과 미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신부님을 비롯하여 저를 위해 기도 해주신 모든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밖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분명히 깨닫고

 

확신을 갖고 이 피정길을 내려갑니다.

 

성 마리아 은둔소 식구들 모두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요셉 성전 무사히 잘 완공되어

 

저처럼 상처받고 힘들어하며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2013년 5월 19일

 

이 마리안나

피정 후기
8박 9일 피정을 마치면서
      
35 216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