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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후 소감
수산나레아 수녀   2016-10-10 1118

수도자로서 기도를 하면서도 때론 갈증이 느껴지고, 내가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성인성녀들처럼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고, 올곧게 정진하고 싶은데 내 안과 밖에서 그 길을 방해하는 것들이 있을 때마다 내적인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가끔은 내적인 기쁨을 느끼기도 했지만, 스스로 해 보려고 해서인지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과연 하느님께서 나를 보시기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1년 전에 본당에서 성전 건립 모금을 하러 오신 신부님을 우연히 뵙게 되고, 또 공동체 벗님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기회가 된다면 개인피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개인피정의 기회가 주어져서 은둔소를 찾게 된 것이 하느

님의 섭리라고 생각하며 감사했었습니다.

 

그동안 내 의지대로 강하게 살아왔기에 이번 피정만큼은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해야겠다, 내 힘을 빼야지하는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갔습니다. 피정 시작 때, 성당에 있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님, 왜 십자가의 당신만 바라보게 되는지요?’

성경 안에서 주님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내 생애 안에서 나를 너무도 사랑하신 주님을 알게 되었고, 하느님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했기 때문에, 내가 알고 본 것들이 전부가 아닌, 보아도 진실을 보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아갔습니다.

 

그리고 나의 약함 때문에 저질렀던 죄들을 바라 볼 때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고, 하느님 사랑에 온전히 응답해 드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었을까? 이렇게 나약하게 살아왔을까? .....’

 

대데레사 성녀의 모든 것은 지나가고 오직 하느님만이 불변하시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나가는 모든 것 안에 내 마음을 빼앗겼다면, 이제는 오직 하느님 안에서 그분만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솟구쳤고, 하느님 안에서 진정으로 가난하고, 겸손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또한 하느님께서 일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피정을 마칠 때에는,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성덕의 길을 가려고 이제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성당에서 커다란 십자가 앞에 머물렀던 순간들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예수님과 나누었던 많은 시간 안에서 진정으로 십자가의 예수님을 사랑하는 수도자가 되려는 여정을 말입니다.

성마리아 은둔소에서 보냈던 이번 피정은 그동안 익숙했던 여느 피정과는 다르게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피정을 지도해 주신 김기화 신부님과 피정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애써주신 벗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피정후기
피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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