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기화 마당 - 빛
슬픔을 달래시려다가
공동체   2016-10-01 717

 

슬픔을 달래시려다가

 

 

  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예수님께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21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 (마태 14,13-21)

 

 

  오늘의 마태오 복음 14,13-21을 보면 예수님은 인척인  세례자 요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마음이 아프셔서 혼자서 외딴 곳으로 가서 슬픔을 달래시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군중들은 예수님께서 홀로 슬퍼하실 기회도 주지 않고 예수님보다 먼저 가서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군중들을 야속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을 보시자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슬픔을 달래시려고 했던 것도 잊으시고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 주시며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


  이렇게 병자들을 치유하고 계셨는데 날이 저물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왔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날이 저물도록 병자들을 치유해 주셨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외딴 곳이라 먹을 곳이 없으니 각자 먹을 곳을 찾아갈 수 있게 하려고 군중들을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에 제자들은 아마도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제자들에게는 많은 군중들에게 나누어 줄 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군중들을 돌려보내고 자기들끼리 먹으려고 남겨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먹으려고 남겨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먹으려고 간직해 둔 빵과 물고기를 예수님께서 가져오라고 하셨을 때 은근히 짜증이 났을 것입니다.


  제자들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오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의 방법으로 모든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로 아주 만족스럽게 베풀어 주십니다. 오천 명이나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자들과 아이들은 숫자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실제로는 만 명 정도는 될 것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실컷 먹었습니다.

 

  우리 벗들은 이런 상황이 찾아 왔을 때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제가 신학생 이었을 때, 영성 지도 신부님들께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네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아니면 뭔가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데 누가 너를 찾아 와서 무슨 일을 하자고 하거나 도움을 청하면 너는 어떻게 하겠니?’ 영성 지도 신부님들은 이때 네가 하려는 것을 포기해야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이웃을 돕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면 사제의 삶이 아니니 사제의 길을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제가 되려면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베풀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런 마음 없이 사제가 된다면 스스로도 행복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합니다. 사제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내가 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이셨던 것처럼 세례자 요한이 죽어서 슬퍼할 시간도 없이 군중을 맞아들여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낫게 해주고, 빵으로 배도 부르게 해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 군중들은 사실 예수님을 잘 믿지도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이런 군중들의 당신께서 하실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빵의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자기가 하던 것을 언제든지 포기하면서 이웃들을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맞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 베풀어야 사랑이 실천됩니다. 이렇게 살지 않는다면 아직 하느님도 이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 것을 다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따르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처럼 아직 예수님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 살피는 사람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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